세계에서 가장 빠른 위성 인터넷 서비스 중 하나인 스타링크(Starlink)가 남아프리카공화국 진출을 앞두고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엘론 머스크가 “인종차별적”이라고 비판한 흑인 소유권 법안이 문제의 핵심입니다. 이에 남아공 정부는 대안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국내 정치 갈등과 머스크에 대한 불신이 얽히며 상황은 쉽게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스타링크의 진출 시도와 이를 둘러싼 인종, 정치, 경제적 긴장 속에서 남아공이 마주한 선택지를 깊이 있게 다뤄보겠습니다.
스타링크 진출 시도, 흑인 소유권 법과 충돌하다
스타링크의 남아프리카 진출은 단순한 사업 확장이 아니라, 오랜 시간 축적된 사회적 긴장을 드러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남아공은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 체제 이후 흑인 국민의 경제적 지위 향상을 위해 다양한 제도를 시행해왔습니다. 그중 하나가 외국 기업이 현지 사업을 운영하려면 일정 지분을 흑인 소유로 전환해야 한다는 법입니다. 이 조항은 불평등 해소를 목표로 하지만, 머스크는 이를 "역차별"이라며 공개적으로 비판했습니다.
엘론 머스크는 남아공 출신이지만, 청소년기에 미국으로 이주한 이후 모국에 거의 돌아오지 않았고, 자국 정부를 향한 비판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특히 흑인 소유권 법이 스타링크의 남아공 진출을 가로막는다며 강하게 반발해왔습니다. 이런 발언은 남아공 정치권 내에서도 논란이 되었으며, 머스크가 스타링크를 위해 국가 정책을 바꾸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남아공 통신 담당 장관인 솔리 말라치(Solly Malatsi)는 스타링크와 같은 위성 인터넷 기업에 대해 흑인 소유 지분 전환 대신 ‘소외 지역에 대한 투자’라는 대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기존 법의 유연한 적용이자, 외국 투자 유치를 위한 조치로 해석됩니다. 하지만 이 제안은 아직 공청회 등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하며, 완전히 시행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정치적 반발과 엘론 머스크에 대한 복잡한 감정
말라치 장관의 제안은 곧바로 정치권의 반발을 불러왔습니다. 통신위원회 의장 쿠셀라 상고니 디코(Khusela Sangoni Diko)는 “흑인 경제 권한 부여의 역사적 성과를 훼손하는 행위”라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그녀는 또한 스타링크 외에도 많은 위성 인터넷 업체들이 남아공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그들은 기존 법을 따를 의사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스타링크만을 위한 특별 대우는 부당하다는 주장입니다.
이처럼 스타링크의 진출 문제는 남아공 내부 정치 갈등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말라치 장관은 야당 성향인 민주동맹(DA) 소속으로, 현재 집권당인 아프리카민족회의(ANC)와 다당제 연합을 이루고 있으나 여러 정책에서 충돌을 빚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치적 긴장도 스타링크에 대한 논의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더욱이, 엘론 머스크가 소유한 소셜미디어 플랫폼 X(구 트위터)에서 남아공을 겨냥한 과격한 발언들이 이어지며 불신이 커지고 있습니다. 예컨대 머스크는 남아공의 토지 개혁 법을 ‘인종차별적’이라 비난하고, 백인 남아공인에 대한 ‘대량학살 음모론’을 퍼뜨려 논란을 낳았습니다. 이로 인해 머스크에 대한 정부의 공식 입장은 냉랭해졌고, 대통령실 역시 “X를 통한 허위정보로 인해 스타링크 협상이 보류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위성 인터넷의 기회와 우려, 남아공의 갈림길
스타링크는 이미 아프리카 대륙의 20개국 이상에서 서비스 허가를 받았으며, 일부 국가에서는 빠른 속도와 저렴한 비용으로 기존 통신망을 압도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프라가 부족한 농촌 및 오지에서는 스타링크가 사실상 유일한 고속 인터넷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남아공 역시 스타링크의 도입이 공공 서비스 향상, 교육 접근성 확대, 디지털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기대를 품고 있습니다.
스타링크 측은 남아공 정부에 제출한 문서에서 “농촌 지역의 고속 인터넷 보급, 일자리 창출, 경제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남아공은 전국적으로 고속 인터넷 접근률이 낮고, 도시와 농촌 간의 디지털 격차가 심각한 상황입니다. 따라서 위성 인터넷을 통한 접근성 향상은 상당히 매력적인 대안입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기존 통신사들과의 불공정 경쟁 문제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통신업계 로비단체 관계자는 “우리는 경쟁을 환영하지만, 누구든 같은 규제 아래에서 경쟁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일부 통신사는 정부가 스타링크에 유리한 방향으로 법을 바꾸려 한다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특히 기존 통신사 중에는 정부 지분이 포함된 기업도 있어, 이 문제는 단순한 사업 진출을 넘어 국가 산업의 균형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스타링크의 남아공 진출을 둘러싼 논쟁은 단지 하나의 기업과 한 국가의 마찰이 아니라, ‘기술 진보’와 ‘역사적 정의’, 그리고 ‘신뢰의 정치’가 교차하는 복잡한 문제를 상징합니다. 엘론 머스크의 혁신 기업이 남아공의 디지털 미래에 기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분명 존재합니다. 그러나 그 가능성은 단지 기술력만으로는 열리지 않습니다.
남아공은 과거의 불평등을 극복하고자 마련한 제도와 원칙을 지키면서도, 빠르게 변하는 글로벌 기술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스타링크를 둘러싼 현재의 논의는 바로 그런 접점을 찾기 위한 실험입니다.
결국, 이 문제의 해법은 단일 기업이나 특정 법안이 아닌, 남아공이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남아공 정부가 ‘포용적 성장’과 ‘기술 접근의 공공성’을 어떻게 조율하느냐에 따라, 스타링크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또 다른 분열의 불씨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 중요한 기로에서 남아공은 신중하고 지혜로운 선택을 요구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