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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뒷면은 얼마나 건조할까? 창어 6호가 가져온 새로운 달의 이야기

by 힘브레드 2025. 4. 11.

달의 뒷면은 얼마나 건조할까? 창어 6호가 가져온 새로운 달의 이야기
달의 뒷면은 얼마나 건조할까? 창어 6호가 가져온 새로운 달의 이야기

 

우리가 매일 밤 올려다보는 달, 그 반대편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눈으로는 볼 수 없는 달의 뒷면, 즉 ‘달의 먼쪽(far side)’은 지금까지 미스터리로 가득한 영역이었습니다. 그러나 중국의 창어(Chang’e)-6호 임무가 이 미스터리를 조금씩 벗기고 있습니다. 최근 공개된 연구에 따르면, 창어 6호가 달의 뒷면에서 가져온 토양 샘플은 달 내부의 수분 함량이 앞면보다 훨씬 적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는 달의 기원과 진화 과정을 새롭게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창어 6호의 임무와 그로부터 얻어진 발견들을 중심으로, 달의 뒷면이 얼마나 건조한지, 그리고 그 차이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또한, 왜 달의 앞면과 뒷면이 이렇게 다르게 형성되었는지에 대한 과학자들의 가설까지 함께 소개합니다.

창어 6호의 위대한 임무: 달의 뒷면에서 샘플을 채취하다

2024년 6월, 중국은 창어 6호 임무를 통해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달의 뒷면에서 토양 샘플을 지구로 가져오는 데 성공했습니다. 창어 6호는 남극-에이트켄 분지(South Pole-Aitken Basin)라는 달에서 가장 깊은 충돌 분지에 착륙해 약 2kg에 달하는 토양 샘플을 채취했습니다. 이 지역은 지질학적으로도 매우 특별한 장소로, 약 40억 년 전의 충돌로 인해 형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창어 6호는 두 가지 방식으로 샘플을 수집했습니다. 첫째는 표면에서 직접 채취한 것이고, 둘째는 시추 장비를 이용해 지하에서 수 cm 깊이의 샘플을 가져온 것입니다. 이는 단순한 표면의 먼지가 아니라, 오랜 세월 동안 달 내부에서 분출된 용암이 식어 형성된 '마레 현무암(mare basalt)'을 포함하고 있어, 달의 내부 구성 성분을 분석하는 데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합니다.

달의 뒷면은 지구에서 직접 관찰할 수 없기 때문에, 그동안 과학자들에게는 미지의 공간이었습니다. 이처럼 달의 뒷면에서 직접 샘플을 채취한 것은 과학적으로도, 기술적으로도 엄청난 성과이며, 중국이 달 탐사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임무였습니다.

달의 뒷면은 왜 이렇게 건조할까: 창어 6호의 분석 결과

중국과학원(Chinese Academy of Sciences)의 연구팀은 창어 6호가 가져온 샘플을 세심하게 분류하고 분석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연구팀은 수백 개의 1.5mm 이하 입자를 손으로 선별해 각각의 물질 조성과 결정 구조를 분석하는 매우 정밀한 작업을 수행했습니다. 이들 샘플에는 고대 용암이 식으며 형성된 '올리빈(olivine)'이라는 결정이 포함되어 있었고, 이 결정 내의 수소 함량을 측정함으로써 과거 달 내부의 수분 함량을 추정할 수 있었습니다.

분석 결과, 달의 뒷면 샘플은 1백만 그램당 약 1~1.5그램 정도의 물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이전에 미국, 소련, 중국이 각각 달의 앞면에서 채취한 샘플에서 측정된 수분 함량보다 무려 200배 가까이 낮은 수치입니다. 즉, 달의 뒷면은 내부적으로도 훨씬 건조하다는 것입니다.

달의 뒷면이 이렇게 건조한 이유에 대해 과학자들은 몇 가지 가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가능성은 남극-에이트켄 분지를 형성한 거대한 충돌이 달 내부의 수분이나 휘발성 물질을 앞면 쪽으로 날려 보냈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가설은 창어 6호가 채취한 마레 현무암이 달의 깊은 내부에서 유래한 물질로, 원래부터 휘발성 성분이 적었을 가능성입니다.

이러한 분석은 단순히 수분 함량을 넘어서, 달이 어떻게 형성되고 냉각되었는지에 대한 중요한 증거로 작용합니다. 특히, 달의 뒷면이 훨씬 더 두껍고 충돌 분지가 많으며, 용암이 흘러 형성된 평원이 적은 이유를 설명하는 데도 단서를 제공합니다.

달의 진화에 대한 새로운 실마리: 수분 함량의 차이가 의미하는 것

달의 앞면과 뒷면이 구조적으로나 화학적으로 다르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지만, 창어 6호의 결과는 그 차이가 내부 수분 함량에서도 나타난다는 점을 최초로 구체적으로 보여준 사례입니다. 이로 인해 달의 형성과 진화 과정을 설명하는 기존 이론들도 재검토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부 과학자들은 달이 지구와 거대한 천체의 충돌로 인해 생성되었다는 ‘거대 충돌 이론(Giant Impact Hypothesis)’을 지지하며, 이 충돌 후 형성된 물질이 달의 앞면과 뒷면에 비대칭적으로 분포했을 가능성을 제기합니다. 만약 달의 뒷면이 상대적으로 깊고 건조한 내부 물질로 구성되어 있다면, 이는 형성 초기에 냉각된 속도나 구성 성분이 달랐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습니다.

또한, 창어 6호의 연구는 단순히 달에 국한되지 않고, 태양계 내 다른 천체들의 진화 과정을 이해하는 데에도 응용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수분 함량은 행성의 화산 활동, 자기장 생성, 내부 열 이동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달의 건조함은 다른 천체들과의 비교 연구에 있어 기준점이 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창어 6호의 임무는 단순한 샘플 수집이 아닌, 달이라는 천체의 복잡한 역사와 구조를 푸는 열쇠가 되고 있습니다. 향후 유럽, 미국, 인도, 일본 등 여러 나라가 다양한 지역에서 샘플을 수집한다면, 달의 전체적인 지질지도와 수분 분포도가 더욱 정밀하게 밝혀질 것입니다.

 

중국의 창어 6호가 가져온 이 작은 샘플은, 우리가 아직도 달에 대해 얼마나 모르는 것이 많은지를 보여줍니다. 달의 뒷면이 훨씬 건조하다는 사실은 단순한 놀라움을 넘어, 달의 기원과 진화, 그리고 태양계 초기의 환경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샘플, 더 다양한 탐사로 달의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가는 과정이 계속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다시금, 밤하늘의 달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될지도 모릅니다.